"90대 유모 내쫓지 말라"…아들과 법정 다툼한 아버지 승소

입력 2023-12-09 15:20   수정 2023-12-09 15:21


아버지의 어릴 적 유모였던 90대 노인을 내쫓으려던 아들의 시도가 법원 판결에 의해 무산됐다. 아들은 유모가 살던 오피스텔이 자신의 명의로 된 점을 이용해 소송을 냈지만, 유모의 편에 선 아버지에 의해 오피스텔마저 잃게 됐다.

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40대 아들 A씨가 90대 유모 B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청구 항소심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는 과거 A씨의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그를 키우고 집안일을 했다. 이후 나이가 들어 집에서 나와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다 치매를 앓게 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버지는 2014년 약 7평(23.1㎡)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B씨를 머물게 했다. 다만 유모가 사망하면 자연스럽게 아들 A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오피스텔의 명의를 아들로 해뒀다.

2021년 아들 A씨는 유모에게 오피스텔을 비워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밀린 임차료 약 1300만원을 한꺼번에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아버지의 선택은 아들이 아닌 유모였다. 아버지는 유모의 성년후견인을 자처하며 아들의 소송에 맞섰다.

A씨는 오피스텔 소유권에 대해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마련했다. 오피스텔 주인은 본인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피스텔 매매 당시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은 "명의만 아들 앞으로 해놓은 것"이라며 아버지에게 유리한 증언을 내놨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오피스텔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아버지"라며 아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아버지는 아들 명의로 오피스텔이 등기된 것이 무효라며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도 진행해 승소했다. 아들은 유모를 내쫓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피스텔 소유권마저 아버지에게 뺏기게 됐다. 아들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B씨의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명의신탁 법리에 따른 승소가 쉽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길러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아버지의 의지가 승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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